과거 사육이 허용됐던 반달가슴곰들이 굶주림 속에 방치되고 있습니다.
현행법상 10년이 지나지 않은 곰은 살처분할 수도 없고, 농가에서는 사육할 사정도 안된다는 입장입니다.
정하니 기자의 더깊은 뉴스입니다.
[리포트]
뙤약볕에 방치된 곰들이 가쁜 숨을 몰아쉽니다.
녹슨 우리 안에는 물 한 방울 찾아볼 수 없습니다.
가슴에 선명한 반달무늬.
멸종위기종, 반달가슴곰입니다.
원래 있던 안성의 농장에서 탈출 사고가 잇따르자 다른 사육장으로 옮기려 했지만, 이마저도 좌절되면서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된 겁니다.
'천덕꾸러기' 반달가슴곰의 비극
사육시설은 갖췄지만 주민들은 결사반대입니다.
[박진호 / 난실 2리 이장]
"무서워서 오겠어요? 무서워서? 냄새도 엄청날 거고."
"저 사람이 언제든지 곰을 싣고 들어올 수 있잖아요. 그런 거를 막기 위해서 주민들이 할 수 있는 행동은 이것(차도를 막는 것)뿐이 없어요."
해결책을 찾지 못한 주인은 곰들을 공터에 방치해 버렸습니다.
[A 씨 / 사육곰 주인]
"특별한 대안이 없고… 대책을 세워라. 안 그러면 이거 지리산에 가져가라. 나는 그렇게 이야기를 했거든."
전국 33곳의 사육시설에 있는 반달가슴곰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마실 물이 있기는 하지만 오물이 잔뜩 섞여 있습니다.
허기를 견디기 어려운 곰들은 철창 사이로 풀을 뜯어 먹습니다.
앞발 한쪽을 잃은 곰은 철창 앞을 떠나지 못합니다.
곰 주인은 사육을 포기한 채 농사를 짓기 시작한 지 오래입니다.
[B 씨 / 사육곰 주인]
"(곰들이) 연명만 하는 거지. 지금 겨를이 없어요. 곰에 대해서. 수확 철이라 지금 최고 바쁜 시기에요. 끊을게요."
사육곰이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한 것은 수지타산이 맞지 않기 때문입니다.
반달곰 보호여론이 커지면서 주 수입원인 웅담 판매가 줄고 사육곰 증식마저 금지되면서 1,400마리까지 늘었던 사육곰 숫자는 570여 마리까지 줄었습니다.
[김광수 / 곰 사육 농가]
"새끼도 못 낳지, 웅담도 안 팔리지. 그럼 농가가 어떻게 살아가요. 죽일 순 없잖아요. 빚을 얻어서 (먹이를) 주는 거죠. 많이는 안 먹이지. 소량 급식, 소량 급여를 해주지. (다른 데는) 삐쩍 말라가지고 있는 곰들도 있어요."
문제는 또 있습니다.
특수가축인 곰에 대한 명확한 관리 감독 기준도 없다는 겁니다.
10년 이상된 곰의 웅담 채취는 합법이지만 제대로 된 규정이 없어 사육장 내에서 도축이 이뤄집니다.
[김광수 / 곰 사육 농가]
"농장 내에서 혐오감을 주지 않게 도축하는 걸 허용한다고 돼 있어요. 정화시설 이런 것도 없고 그냥 하라는 거죠."
웅담 외에 다른 부산물의 판매는 금지돼 있지만 이 또한, 암암리에 웅담과 함께 판매됩니다.
[C 씨 / 곰 사육농가]
"고기를 버리겠냐고. 지금도. 버린다니 말도 안 되는 얘기야." "그 뼈는 가지고 가서 약 내리는 집에 가서 중탕 내리지. 고기는 먹고."
정부는 최대한 빨리 곰 사육을 끝내기 위해 마리당 300만 원씩 폐업 지원금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했지만, 사육농가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김광수 / 곰 사육 농가]
"1년에 (마리당) 250만 원 정도 사육비가 들어간다고 봐야 해요. 그러면 10년에 2,500만 원이에요. 그 폐업 지원비. 마리당 300만 원씩 줘가지고 폐업 지원이 되냐고."
결국, 남아 있는 곰들이 웅담 채취를 위해 도축되고 나서야 끝나는 곰 사육.
비좁은 철창 속에서 연명하는 불행한 운명을 하루빨리 끝내야 할 때입니다.
채널A 뉴스 정하니입니다.